퇴행성관절염의 원인
퇴행성관절염은 전체 환자 중 98%가 45세 이상일 정도로, 노화가 주원인이라 밝혀져 있다. 이렇듯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의학적으로는 진액(津液)이 말라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가을에 잎이 말라 떨어지듯, 젊어서 탱탱했던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유연했던 관절이 뻣뻣해지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진액이 마르게 되는 현상을 “나이가 들면서 정과 혈이 마르게 된다(年老 精血俱耗).”라고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흔히 힘든 일을 하고 “진(津)이 빠진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상 표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교질’의 감소로 인해 ‘생명의 물’이 줄어들고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을 ‘노화(老化)’라 부르지 않고 ‘약화(弱化)’라 표현하고자 한다. 퇴행성관절염의 주원인이 노화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약화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퇴행성관절염의 극복은 훨씬 긍정적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약화에 대한 개념은 추후 재언급하기로 하겠다.
언젠가 우리나라 나이로 80세, 만으로 79세인 할아버지가 진찰을 받으러 오셨다. 진료실로 들어서시는 순간, 진료부의 생년월일과 할아버지를 번갈아보면서 진료부가 자칫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그 어른은 많이 보아도 6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정정했기 때문이다.
인쇄업을 하신다는 그 어른은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계셨는데,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젊은이들과 똑같이 일하며 퇴근 후 소주도 한잔씩 하신다고 했다. 진찰 결과 과로로 인해 조금 피로한 것 외에는 건강상 별다른 이상 징후도 없었다. 진료를 마치고 일어나며 그 어른이 하시는 말씀인 즉, “요즈음 정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그것도 좀 신경 써주시오.”였다.
전체 인구의 12%가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60세 이상에서는 40~60%이며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80% 이상이 퇴행성의 방사선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통계상 밝혀졌다.
직업별로 다르기야 하겠지만 대체로 5, 60대면 정년기로 여긴다. 그런데 앞서 밝힌 통계에 따르면 50세가 넘으면서 퇴행성관절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실업자 되는 것도 억울한데 몸까지 비실거리다니 가만두고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진료실을 찾은 80세의 씩씩한 노인 청년도 있지 않은가. 약해진 것일 뿐, 나이가 들었다고 생긴 노화만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향후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져 자칫 잘못 관리하면 정년 후 수십 년을 실업자로 살아야 한다. 조만간 나이 든 사람들도 일을 하는 세상으로 점차 바뀌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할 질병 중 하나가 퇴행성관절염이다. 그러므로 오늘부터라도 마음을 바꾸어 약해진 마디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그밖의 원인으로는 관절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만, 외상으로 인한 관절의 손상 그리고 특정한 작업을 무리하게 반복해서 하는 지나친 노동 등을 들 수 있다.